깊은 골 전야제 IIIII

깊은 골 전야제 IIIII



이른 아침 바람은 선선했지만 여전히 케케묵었다.
하늘은 금세 붉은 보랏빛으로 가득 메웠고.
과연 "슬픔의 계단"은 말 그대로 슬픔인가.. 아니면 여명인가.
확인하고 싶어졌다.
우리는 마을 입구로 다시 나가 계단을 하나하나씩 밟기 시작했다.
계단은 꽤나 길었다. 어떤 계단은 낮고 어떤 계단은 높고
불규칙하면서도 질서 있게 서툴면서도 정밀하게 오밀조밀
놓여 저 있었다.
사내는 이 계단 또한 익숙하게 보이는지 
조금씩 비치는 태양빛이 차분하게 그의 젖은 눈을 비췄다.

" 분명히 계단은 어떠한 사연이 있다. "

계단의 중간쯤 도달했을 때 사내에게 물었다.
이 계단을 잘 알고 있는 눈치라고 말이다.
그는 끝내 고개를 떨구었다.
사실 그는 한때 이곳에 살았었다고 한다.
20년을 넘게 살아왔다고 하더라.
그런데 흉년이 가득한 날 보릿고개 너머로 불쾌한 바람이 
넘실넘실 넘어왔단다.
알 수 없는 형체가 마을을 덮쳤고, 그 후로
마을 주민들이 서서히 변하기 시작하였다고..

새벽에 사로잡았던 그 악마를 말했던 것이다.
형체 없이 사람들을 빨아먹었던 존재였다.
이 계단은 사실 산 정상을 잇기 위한 등산로였다고 한다.
하지만 점차 점차 계단이 슬픔의 계단이 되었다고 한다.
왜냐하면 주민들이 조금씩 조금씩 하나 둘 타락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순수한 사람들만이 이곳에 올라가 오래 머물렀다고,
마을에 내려가면 두려워서 밤잠을 설쳤다고.
산 쪽이 안전해서 이곳에 머문 사람들이 꽤 있었단다.
하지만 그 조금의 사람들마저 타락하기 시작하자.
소꿉친구와 여자친구 그 사내 3명이 이곳에 남게 되었단다.
"그래도 타락했던 주민들은 끝까지 안간힘을 써서라도
계단을 완성하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심지어 어떤 주민은 눈물을 너무 흘리고 뿌려졌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가혹한 긴 시간은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나머지
마음들을 모조리 잡아먹었고 타락시켰다.

" 이쯤이었다. 계단이 끊긴 곳이... "

사내는 애써 눈물을 감춰 보이더라.
그러더니 왼편 위쪽에 이름 모를 시신이 놓여 저 있었다.
그는 이 해골의 골격이 남자임을 알고 아마도 자신의 옛 친구
의 해골임을 짐작했을 것이다.
그는 해골에 탄식할 줄 알았으나.. 그냥 넋 놓고 보다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 허허 허허 허.... " 

이 세명에겐 과연 어떤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
그는 굳게 다문 무거운 입을 열었다.
" 우리 셋은 중턱에서 항상 머물렀어. 매일 석양을 보고,
산딸기와 쑥을 뜯어먹으며 하루하루를 버텼지.
하지만 쉽지 않았어.
한 번은 너무 배가 고픈 나머지 이 산길을 좀 더 올라가면
절벽이 있고 그 위쪽의 동굴로 향했지.
거기엔 먹음직한 버섯들이 많아 풍부하고,
여자친구와 친구 둘을 보냈어..
하지만 돌아오지 않았어.. 하루 이틀 삼일 지나도
오지 않았어.. 혼자 올라갈 수 없는 절벽이야.
나 혼자는 무리였지..
무슨 사고가 있나.. 아니면 친구마저도 타락했나..
그렇게 혼자 미쳐가고 있었어. 끝내 마을을 떠났어.
저주받은 마을이라며. 그녀가 내 친구를 원했을 거라는 착각 속에 살았나 봐..
친구의 시체가 여기에 있다니. 분명히 이곳에 무언가가 있어.
허탈하다.. 10년이란 긴 세월 동안 이 마을 주변을 기웃기웃하며
수양을 하였는데.
그냥 허탈하구나.. 

하지만 그녀는 살아있을 거야. 왜냐하면 그 동굴에는 생각보다 커.
혼자서 10년 아니 20년을 버티고도 남을 자연 먹거리가 풍부하니까.
 "

그는 아직도 이 계단이 슬픔의 계단이 아니기를 믿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이 처음인 나는 슬픔의 계단일 수밖에 없다.
타락하기 전의 아니 타락한 주민들이 살려달라고 안간힘을 써가면서
버티고 버텨 만들어낸 눈물의 계단이지 않는가.
끝내 늦었지만. 확실한 건 그들은 분명 " 살고 싶었다. "

흙길로 변한 계단..
과연 이 산길의 끝은
사내와 나에게 끝까지 슬픔의 계단일까..
아니면 여명의 계단일까.

좀 더 올라가 보자.


깊은 골 전야제 II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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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골 전야제 I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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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골 전야제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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